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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업무를 하면서 착각했던 것 2/2

공정관리에서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공정률의 산정, 측정이다. 그런데 한국 건설인들은 공정률이 쉽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모든 건설 현장에서 공정률을 측정하기 때문에 쉽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 안을 들여다 보면 의외의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공정률에 대한 기준이 있는 현장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기준이 없이 계획되고, 측정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건설사 본사에서도 기준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기준을 만들고 싶어하지만 쉽지 않다.

A사에 근무할 때 본사 공정팀에서는 공정률 기준과 체계를 만들고 싶어 했다. 다양한 해외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효과적인 공정률 산정과 측정 방식에 대한 경험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해외 프로젝트 사례 중 가장 좋은 사례를 기준으로 시스템 구축을 하고 싶어했다. 좋은 취지라고 생각해서 적극 참여했다. 그런데 만드는 과정에서 이상한 일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1) 시스템을 만든 성과는 누구 것인가?

'공정률 측정 시스템을 만들면 그 성과는 누구 것인가?'라는 질문이 생겼다. 내가 기초자료를 제공했고, 시스템 구축에 적극 참여하고 있었지만, 꽤 많은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었고 그들의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었기 때문에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따라서 성과가 내 것이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내가 위와 같은 질문을 한 이유는 전혀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이 성과를 챙기려고 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숟가락을 얻어 놓는 것까지 말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 성과 모두를 본인이 챙기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스템이 구체화되어 갈수록 이런 현상은 노골적으로 바뀌고 있었다. 그 사람()은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길 원했다.

2) 자신의 의견을 고집한다.

시스템을 만들 때 다양한 의견은 시스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고, 장점을 늘릴 수 있다. 그래서 다양한 의견 자체를 막고 싶지는 않다. 시스템 구축에는 긴 시간이 걸리고, 구축 과정에서 많은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진행해야 한다. 그런데 성과를 뺐고(?) 싶은 사람들이 참여하면서 이상한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예를 들어 "물량관리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물론이다. "물량관리가 중요하니, 관리방법은 너희들이 고민해서 해결책을 마련해라"가 끝이다. 방법에 대한 제안도 없고, 고민도 없다. 그냥 주제 하나를 던지고, 너희들이 해결하라는 식이다. 전사에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프로젝트의 특징도 다 다르고, 관리자의 능력도 다 다르다. 유연성도 필요하고, 너무 어려워서도 안되는 것이다. 화면은 깔끔하고, 출력물은 이해하기 쉬어야 한다. 이런 쉽지 않은 고민을 해야 하는데,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주제 하나를 던지고, 나머지는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진행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대안없는 의견 제시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특히 대안없는 의견을 제시하고, 그 성과를 본인이 챙기겠다고 하는 건 도둑놈 심보라는 것이다.

3) 공정률 측정 시스템은 현장에서만 운영되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을 만들 때 가장 주의해야 할 내용이다. 시스템은 현장에 구축되어 있어야 하고, 현장 내부적으로만 관리되고 봐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본사라고 하더라도 일부 정보만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 공정률 체계는 실시간은 아니더라도 1주일에 한 번 정도 실적이 반영되고, 계획과 실적이 비교된다. 지연이 발생했다면 만회할 수 있는 기회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실제 정보를 넣고, 지연이라고 판단하면 원인에 따라 발주자와 클레임을 진행하던, 만회대책을 세워서 만회를 하는 업무가 진행된다. 그럴 시간적인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발주자, 감리자, 본사 등 외부에서 보게 된다면 실제 정보를 넣기가 어렵다. 한국 사회의 특성 중 하나가 지연이라고 보이면 즉각 문제에 대한 보고, 만회대책 등의 작성을 하라고 요구하기 때문이다. 공정률은 프로젝트의 현황을 숫자로 간단하게 보여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 외부로 노출된다면 단점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본사에서 조급증을 없애는 것이다. 정확한 원칙을 가지고 현장을 바라보면 된다. 예를 들어 "'누계 실적-누계 계획' 10% 이상 지연이 발생하면 문제점 보고서를 작성해서 보고해라"와 같은 원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률 측정 시스템이 공개되어 있는 대부분의 건설사의 현실을 보면 암울하다. 조금만 지연이 발생해도 난리가 난다. "문제는 뭐냐, 만회대책은 뭐냐, 너는 지연이 발생할 때까지 뭐했냐" 등등. 따라서 대부분의 현장은 부진이 없다. 그냥 숫자에서 다 감추는 것이다. 몇 번 만회대책으로 시달린 현장은 빼째라 식으로 진행한다. 이런 본사의 조급증이 시스템을 망치고, 공정률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조급증 때문에 공정률 측정 시스템은 현장 내부에서 관리되어야 하고, 별도로 본사에 보고하는 체계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본사 입장에서는 현장에서 뭔가를 감춘다고 생각하겠지만, 본사의 조급증만 없다면 이런 체계를 공개할 수 있는 것이다.

4) 그런데 본사에서 '감시'하는 체계로 만들겠다고 한다.

그런데 성과를 본인이 가지고 싶어하는 일부 사람들은 시스템은 본사에서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게 윗사람에게 보고하기는 좋을 것이다. "실시간으로 현장의 문제점을 파악하겠습니다"와 같은 보고가 본사 임원들 귀에는 좋게 들리는 것 같다.

5) 결국 시스템은 본사에서 감시할 수 있는 체계로 만들어졌다.

결국 공정률 측정 시스템은 본사에서 감시할 수 있는 체계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현장에 배포하고 사용하라고 강요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대부분 사용하지 않았다. 체계가 다르다는 핑게가 대부분이었다. 새로운 공정률 측정 방식을 배우는 것도 어려웠을 것이지만, 본사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안 현장의 대부분은 선택하지 않았다.

6) 파일럿 현장

몇 개 현장을 파일럿 현장으로 선정하고 진행하려고 했다. 이 방법에서도 문제점은 여전했다. 본인들은 노력하지 않고 성과를 얻으려는 문제점은 여전히 드러났다. 현장에 시스템을 깔아주고, 알아서 배우고, 알아서 운영하라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체계라고 하더라도 현장 직원들 입장에서는 새로 배워야 하고, 새로 운영을 해야 하는 부가 업무가 늘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진행되던 비슷한 다른 업무가 줄어든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새로운 시스템을 잘 운영하면 그 성과는 누구 것일까? 현장 직원들은 바보가 아니다. 시험운영을 잘 해서 시스템을 잘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으면, 아마도 시스템을 만든 쪽에서 성과를 가져가게 될 것이다.

내가 강조했었다. "현장 직원들은 부가 업무를 하게 될 것이고, 그 성과는 본사에서 시스템을 만든 사람들이 가져가게 됩니다. 현장 직원들은 이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운영하면 잘 되지 않습니다." 성과를 가지고 싶었던 상사는 "일인데 왜 안하겠어. 시키면 해야지"라고 말했다.

 

https://bigroadman.blogspot.com/2019/05/12.html

대부분 착각한다. 그 일은 본인을 위한 일이라는 것 모른다. 아마도 성과를 챙기고 싶은 욕심이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것 같다.

난 여러 현장에서 공정률 측정 시스템을 만들었고, 대부분 성공했다.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입력한 사람이 성과를 가지고 가기 때문이다. 공정률 측정 시스템을 사용하면 본인의 업무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적-계획 혹은 실적/계획이 부진이라면 누구에게 이익일까? 입력한 본인과 해당팀에게 가장 이익이다. 해당팀은 부진이 발생한 원인을 조기에 찾을 수 있고,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빨리 생기게 된다. 감추고 감춰서 터지는 것 보다 빨리 해결하는 게 이익이기 때문이다. 난 부진이 발생했을 때 상부의 '만회대책' 작성 지시를 최대한 막아왔다. 시스템이 안정화되게 하기 위한 나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난 시스템 구축에 대한 성과를 가지고 싶어하지 않았다. 시스템이 특이한 게 조금만 효과가 있어보이면 달려드는 날파리들이 엄청 많다. 아무리 내가 노력을 많이 했다고 하더라도 날파리 중 하나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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