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건설인들은 공정표를 아주 쉽게 생각하는 성향이 있다. "공정표 만드는 게 뭐가 어려워. 그 까이거 1시간이면 만들지"라는 식으로 말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다. 난 이런 발언은 초등학교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는 초등학교 때 원형 시간표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다. "8시에 일어나야지. 12시부터 1시까지는 점심을 먹어야지. 9시에는 잠을 자야지"와 같은 자신의 목표를 원형 안에 그리면 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이 지금까지 남아 있고, 공정표는 자신의 목표를 그저 그림으로 그리면 되는 줄 아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물론 공정관리에서는 자신의 의지와 목표를 공정표로 만들어서 관리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CPM은 이런 의지와 목표가 합리적인 CPM 이론을 적용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확인하고, 시간의 여유가 없는 작업(Critical Path)의 연결을 찾고, 합리적인 준공을 예측하자는데 있는 것이다.
공정관리자 "A작업은 어떤 작업과 연관관계가 있나요?"
담당자 "6월 1일에 시작할 거야"
공정관리자 "A작업의 선행작업은 뭔가요?"
담당자 "6월 1일에 시작할거라고 말해 줬잖아"
꽤 많은 한국 건설 프로젝트에서 위와 같은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담당자의 A작업 시작 목표가 6월 1일이라는 것은 알 수 있지만, A작업은 단지 목표한 시점에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정관리자 "담당자님. 오늘 6월 10일인데요. 아직 A작업을 시작하지 않으셨네요?"
담당자 "어. 설계도서가 아직 나오지 않았어. 내 잘못이 아니야"
공정관리자 "6월 1일에 시작하실거라면서요?"
담당자 "설계도서가 없는데 내가 어떻게 시작해?"
공정관리자 "우리가 공정표 만들 시점에 A작업이 설계도서가 출도되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 해 주셨으면, 6월 1일에 착수할 수 없다고 알려드릴 수 있었어요. 늦은 건 어쩔 수 없고, A작업의 소요기간은 얼마인가요?"
담당자 "6월 30일에 끝낼거야"
공정관리자 "아직 시작도 안했고, 언제 설계도서가 확정될지 정해지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6월 30일에 끝내나요?"
담당자 "6월 30일에 끝낸다고 하면 끝내는 거지 뭔 말이 그리 많아!"
꽤 많은 한국 건설 프로젝트에서 위와 같은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선행작업인 '설계도서'가 자신의 역무가 아닌 것도 알 수 있지만, 그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건 담당자의 자격이 없는 것이고, 그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공정표에 반영하지 않았다는 건 공정관리와 CPM에 대해서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담당자의 완료 목표가 6월 30일이라는 것은 알 수 있지만, A작업의 완료 시점은 단지 목표한 날짜에 완료된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정관리자 "담당자님, 오늘 7월 10일인데요. 아직 A 작업이 완료되지 않으셨네요?"
담당자 "어. 지지난 주에 장마로 3일간 작업을 못했고, 지난주에도 비가 4일간 왔잖아. 비오는데 어떻게 일해"
공정관리자 "6월이 장마라는 걸 몰랐어요? 6월 30일에 끝낼 수 있다면서요?"
담당자 "비만 안왔으면 끝낼 수 있었어. 비가 오는걸 내가 어떻게 막아"
꽤 많은 한국 건설 프로젝트에서 위와 같은 대화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휴일, 기상조건 등에 의해 작업이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것은 공정표 작성에 대한 가장 기초적인 지식이 없다는 것이다.
공정관리의 가장 기본인 공정표 작성에서 선후행관계에 대한 이해도 없고, 가동률에 대한 이해도 없는데 "난 공정관리를 잘 해"라고 주장하는 한국 건설인들이 많다. 이유가 뭘까? 이들이 주장하는 건 공정관리가 아니다. 시공관리에서 작업을 지시하고, 일정 목표를 제시하는 업무가 대부분이다.
공정관리의 가장 기본인 공정표 작성에서 선후행관계에 대한 이해도 없고, 가동률에 대한 이해도 없는데 "공정표 만드는 게 뭐가 어려워. 그 까이거 1시간이면 만들지"라고 말하는 이유는 뭘까? 이들이 만드는 공정표는 단지 머리속에 있는 목표를 바챠트로 그리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이런 수준일 수 있다. 왜냐면 그들은 공정관리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시공관리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당장 이 모든 직원들의 수준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 올릴수는 없다. 그런데 공정관리자가 이런 시공직원들에게 휘둘리면 안된다는 것이다. 공정관리자는 담당자의 공정표를 만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표의 작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담당자의 목표 공정표를 바챠트로 만들어 주는 줄 수도 있다. 그런데 그 공정표는 단지 당신의 의지와 목표라는 것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CPM 이론을 적용하면(최소한 선후행관계와 가동률이라도 적용해야 한다) 의지와는 달라진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관리자가 담당자의 의지에 따른 날짜를 맞추기 위한 공정표를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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