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관리를 잘 모르는 건설인들은 생산성이 공정관리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이건 큰 착각이다. 생산성이 공정관리의 일부일 수는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너무도 많다.
일부 건설인들은 왜 생산성이 공정관리라고 생각할까? 왜 생산성을 공정관리자가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공정관리를 잘 모르는 일반 건설인때문만은 아니다. 그들의 말에 휘둘려서 단순한 보고서 업무 위주의 공정관리를 수행하는 공정관리자들의 잘못도 있다.
프로젝트의 대표적인 공정관리자의 업무는 공정표, 공정률, 공정보고서, 공정회의가 있다. 특히 한국 건설회사는 이 4가지는 공정관리자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 이 4가지 업무가 공정관리자의 업무라고 생각할까? 의외로 해답은 간단하다. '공정'이라는 글짜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공정표'는 '공정'이라는 글짜가 들어가 있다. 계획 공정표는 만들기가 쉽지 않고, 설명 만든다고 하더라도 계속 틀려진다. 따라서 공정관리자의 몫이다.
'공정률'은 '공정'이라는 글짜가 들어가 있다. 계획 공정률을 만들기도 어렵고, 매주 혹은 매월 실적 공정률을 산정하는 것도 어렵다. 따라서 공정관리자의 몫이다.
'공정보고서'는 '공정'이라는 글짜가 들어가 있다. 작성은 어렵지 않지만, 각 담당자의 모든 업무를 취합해야 하는 귀찮은 업무다. 한다고 해서 딱히 성과가 나온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공정관리자의 몫이다.
'공정회의'는 '공정'이라는 글짜가 들어가 있고, 회의 자료 작성은 매우 귀찮은 일이다. 다양한 정보를 취합하고 회의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편집해야 하는 일이다. 따라서 '공정회의 자료 작성'은 공정관리자의 몫이다. 그러나 회의 운영은 다르다. 회의 참석자들의 잘못을 지적하고, 보고를 받는 입장이라면 공정관리자에게 주지 않는다. 반대로 잘못에 대한 대책을 답변하고, 보고를 하는 입장이라면 공정관리자의 몫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다.
'공정'이라는 글짜가 들어간 경우 중 귀찮은 업무는 공정관리자의 몫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고, '공정'이라는 글짜가 들어간 경우에도 권한이 생기는 업무는 거의 공정관리자에게 주지 않는다.
공정관리자가 근무하는 한국 건설회사의 현장에서 공정관리자들은 대부분 '공정보고서'를 작성한다. 주간/월간공정보고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들 중 많은 경우는 '작업일보'도 작성하고 있다. '작업일보'에는 '공정'이라는 글짜가 없지만, 작성하는 방법, 형식이 주간/월간공정보고서와 비슷하고, 작성이 귀찮다는 이유로 공정관리자의 몫으로 돌리고 있다.
주간/월간공정보고서와 작업일보의 특성을 알 필요가 있다. 그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프로젝트의 기록이다. 작업내용과 물량을 기록한다. 또한 사진을 첨부하는 경우도 많다. 이 보고서를 작성하는 사람의 가장 큰 역할은 '기록'이다. 따라서 이 보고서를 작성하는 공정관리자는 '기록'을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공정관리 = 기록
'공정관리=기록'이라는 인식은 이런 과정을 통해 생겼을 것이다. 따라서 공정관리자는 '기록'을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한국 건설인들의 기본적인 생각으로 고정되어 있다. '기록' 중 일부인 '사진촬영'도 공정관리자가 해야 한다는 인식은 이런 과정을 통해 생겨난 것이다. "주간/월간공정보고서도 안쓰고, 작업일보도 안쓰고, 사진촬영도 안하면, 공정관리자가 뭘하게?"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프로젝트 초기에 이 말을 들을 수 있다. 아직 공정관리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건설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이런 말을 듣고 있다면, 공정관리자가 공정관리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이제 생산성으로 넘어가보자. 생산성의 기본은 기록이다. 그러면 누가 해야 할까? 당연히 기록은 '공정관리자'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공정관리자에게 시키는 것이다. 또 생산성은 작업 기간의 산정 근거가 된다는 것이 한국 건설인들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서 50,000m3의 터파기의 기간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장비의 생산성이 있어야 한다. 장비의 조합, 운반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그것을 계산해서 산정한 생산성이 1일 1,000m3이라면 해당 작업은 50일이 소요되는 것이다. 용접공의 생산성이 1일 10DI이고, 용접팀이 3팀이 있다면, 3,000DI를 시공하는데 소요되는 기간은 100일이 필요하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생산성이 있고, 물량이 있으면 기간을 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계산방식은 공정관리가 아니다. 예산을 산정하는 방식에 가깝다. 공정관리는 작업의 대표물량에 대한 생산성으로 대표물량에 대한 작업 기간을 산정하는 것이 아니다. 액티비티를 만들고, 액티비티의 공기(Original Duration)을 정하고, 선후행관계를 FS, FF, SS 중 하나를 결정하고, 해당 액티비티의 Calendar를 정의하는 것이다. 작업과 액티비티가 유사하고, 작업의 대표물량에 대한 작업조를 산정하고, 기간을 만드는 방법과 액티비티의 Original Duration을 만드는 방법 중의 일부와 비슷하기 때문에 착각을 하고 있는 것 뿐이다.
먼저 공정관리자는 프로젝트의 실적 정보를 단순하게 '기록'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공정관리 뿐 아니라 대부분의 업무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기록'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사진촬영'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시공에서도 '사진촬영'을 하고, 안전에서도 '사진촬영'을 한다. 이런 기록하는 행위는 공정관리를 수행하기 위한 보조수단일 뿐 주 업무가 아닌 것이다. 공정관리자가 기록해야 할 중요한 내용은 승인공정표에 대한 기록이다. 그 중 액티비티의 실적 날짜를 기록해야 한다. 각 액티비티의 실제 시작일, 실제 종료일을 잘 기록해야 한다. 그 다음은 각 액티비티의 선후행관계이다. 승인공정표의 선후행관계가 변경되었다면, 사유와 실제 선후행관계를 기록해놓아야 한다. 이 2가지 기록을 증명하기 위한 보조 기록이 필요할 수도 있지만, 그 보조 기록(사진촬영 등)은 어디까지나 보조 기록일 뿐이다. 이런 정보는 담당자들에게 당연히 제공받아야 한다. 공정관리자가 현장을 돌아다니며 실적 정보를 찾는다는 것은 그 이후의 공정관리 업무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즉, 실적 정보를 가지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주간/월간공정보고서, 작업일보를 뒤져서 실적 정보를 찾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한국 건설인들이 생각하는 실적 정보는 대부분이 작업 물량이다. 작업 물량도 공정관리에 활용을 할 수 있지만, 기본적인 실적 정보는 승인공정표 액티비티의 실제 시작일, 실제 종료일, 진행된 선후행관계에 대한 로직이다. 담당자들에게 실적 정보를 달라고 하면, 대부분은 실적 물량을 준다. 혹은 작업일보에 다 있다고 말한다. 실적 물량은 승인공정표의 Scheduling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정보는 아니고, 작업일보에 나와 있는 실적 정보 역시도 승인공정표에 적용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담당자들에게 공정관리에 대해 설명하고, 실제 시작일과 실제 종료일, 진행 중인 액티비티에 대한 잔여일을 달라고 해야 한다. 강조하지만 이런 실적 정보는 담당자들이 챙겨야 하는 것이고, 공정관리자는 이런 정보를 이용해서 일정의 단축 지연에 대해서 판단을 해야 하는 것이다.
담당자가 제공한 실적정보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해 작성되어 있는 주간/월간공정보고서를 참고하고, 현장을 확인하고, 사진을 촬영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필요하다면 작성되어 있는 작업일보를 참고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공정관리 업무를 수행하면서 참고자료로 활용하는 것이 주간/월간공정보고서, 작업일보다. 참고자료를 활용하는 것이지 직접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런 보고서를 다 작성하면서 그 이외의 공정관리 업무를 다 수행할 수 있다면, 실적 취합 이외의 공정관리 업무가 무엇인지 모르거나, 아니면 물리적인 시간을 뛰어 넘는 능력을 갖춘 공정관리자일 것이다.
생산성 정보가 공정관리의 근본이라고 치자. 작업의 기간을 산정하기 위해서 생산성이 필요하다고 치자. 작업의 기간과 액티비티의 공기(Original Duration)이 동일하다고 치자. 우리 회사는 표준생산성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이 생산성을 가지고 작업 혹은 액티비티의 기간을 산정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회사의 표준생산성 중 터파기는 1개 작업조가 1일 1,000m3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특정 프로젝트의 터파기 총 물량은 50,000m3이라면, 해당 프로젝트의 터파기 기간을 얼마일까? 작업조를 몇개조로 진행할 것인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1개 작업조로 한다면 50일이 걸릴 것이고, 2개 작업조로 한다면 25일이 걸릴 것이다. 10개 작업조로 한다면 5일이면 끝날 것이다. 즉, 생산성이 있어도 작업조가 몇개조로 진행할 것인가에 따라 기간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내가 권한이 있다면 3개 작업조로 진행해서 5일만에 끝내라고 지시할 것이다. 이렇게 지시를 받은 경우 현장팀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할 것이다. 퍼파기의 생산성은 운반거리에 따라 다르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고, 한 장소에서 계속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어떤 터파기 작업은 1개 작업조가 진행해야 하고, 어떤 터파기 작업은 2개 작업조가 진행할 수도 있다고 말할 것이다. 또 병행해서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A 터파기가 끝나고 B 터파기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렇게 프로젝트의 전체 물량이 아니고, 액티비티로 구분해서 기간을 산정하려면, 각 액티비티에 해당하는 물량을 산정해야 하고, 각 액티비티에 투입되는 작업조를 정해야 한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는 식의 작업계획으로는 기간을 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용접공의 생산성은 1일 10DI이다. 3,000DI를 하기 위해서는 며칠의 기간이 필요할까? 1개 작업조라면 300일, 3개의 작업조라면 100일이 필요하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용접사의 생산성이 아니다. 용접사가 하루에 10DI를 할 수 있는 배관이 원활하게 공급된다는 조건이 감춰져 있는 것이다. 배관 용접의 생산성은 용접사의 생산성도 중요하지만, 배관의 원활한 공급이 훨씬 더 중요하다. 배관의 공급은 어떤 생산성으로 계산해야 할까?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액티비티는 'Foundation'이다. 크기는 10*10*3으로 되어 있다. 아직 설계가 확정되지 않아 철근 수량은 정해지지 않았다. 이 액티비의 공기(OD)는 어떻게 산정해야 할까? 철근공의 표준생산성, 목수의 표준생산성, 콘크리트공의 표준생산성이 있으면 이 액티비티의 공기를 산정할 수 있을까? 설계가 확정되어 이 액티비티에 포함된 물량이 확정되었다면 정확한 공기를 생산성으로 산정할 수 있을까?
표준생산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각 액티비티의 물량을 다 알고 있어야 하고, 각 액티비티에 투입되는 작업조를 정해야 한다. 작업조가 한 개의 액티비티만 수행할 것인지, 2개 이상을 병행해서 진행할 것인지? 1.34개를 수행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여러분들이 공정관리를 수행하고, CPM 공정표를 만들고, 발주자와 협상을 위한 공정표를 만들면서, 설계, 시공, 공무와 각 액티비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왜 표준생산성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는지 알게 될 것이다. 한 개의 액티비티에 대한 정의가 각각 다르다. 약티비티의 의미가 다르다는 것은 포함된 물량을 다르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고, 물량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표준생산성이 있어도 생산성 기준으로는 공기를 산정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즉, 이런 프로젝트에서는 표준생산성을 이용해서 공기를 산정하는 것이 아니라, 설계, 시공, 공무, 공정 담당자가 모여서 액티비티의 의미에 대해서 합의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합의도 보지 못하는 프로젝트에서 표준생산성을 말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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