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공정관리를 수행하는 회사들은 본사에 공정관리 전문가로 구성된 공정관리 조직이 있다. 이들은 프로젝트 착수, 운영에서 진행되는 공정관리 업무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 프로젝트의 계약이 예상되면 미리 팀을 구성해서 준비를 시작한다. 프로젝트를 운영할 공정관리팀과 함께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프로젝트 초기 공정관리 업무 수행을 지원한다. 그리고 운영팀이 정착을 하면 다시 본사로 복귀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우리는 어떤가? 한국 건설사들도 이런 세계적인 공정관리를 운영하는 회사의 사례를 흉내낸 적이 있다. 본사에 공정관리 조직을 만들고, 꽤 많은 인력을 투입해서 운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왜 세계적인 공정관리와 차이가 있었을까? 왜 대부분의 본사 공정관리 조직은 해체의 길을 걸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공정관리가 무엇인지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조직을 구성하고 운영했기 때문이다. 한국 건설사는 공정관리를 프로젝트 관리라고 인식하는 성향이 있다. 공정관리는 프로젝트의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인식한다. 특히 프로젝트의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본사 공정관리 조직에서 프로젝트이 공정관리가 잘 진행되도록 지원하는 역할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감시하고 통제하려고 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이다. 본사에서 공정관리를 하면, 전사의 모든 프로젝트에 대한 감시와 통제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일부 상위 관리자들의 믿음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 믿음에 동조한 공정관리를 잘 모르는 공정관리자들 덕분에 대부분의 본사 공정관리 조직은 해체의 길을 걸었다.
감시와 통제는 'Monitoring and Control'의 번역이다. 세계적인 공정관리에서도 프로젝트를 Monitoring하고, Control하고 있다. 세계적인 공정관리의 각종 기준을 봐도 공정관리를 통해 Monitoring and Control 해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우리는 이 단어에만 집중한다. 이 단어의 한국어 번역 중 '감시와 통제'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공정관리라는 걸 하면 프로젝트를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세계적인 공정관리에서 설명하고 있는 Monitoring and Control의 내용을 읽어보면 '감시와 통제'와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Monitoring은 공정표에 실적을 반영하고 공정표를 통해 준공의 단축/지연을 예상하라는 것이다. 현장의 문제점을 감시하라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공정표에서 준공이 지연으로 예상된다면 원인이 발주자인지, 계약자인지 찾으라는 것이다. 이것이 세계적인 공정관리에서의 감시(Monitoring)의 의미다. 통제(Control) 역시 우리가 상상하는 의미와 전혀 다르다. 우리는 공정관리를 통해 프로젝트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능력을 통제라고 이해한다. 그러나 세계적인 공정관리에서 말하는 통제(Control)은 지연이 예상될 때 만회대책이 수립하는 절차를 진행하라는 것이다. 해당팀(지연 발생의 원인)이 수립한 만회대책을 공정표에 반영하고(Control) 반영된 결과로 인해 계약자의 지연이 사라지는지 확인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세계적인 공정관리의 구체적은 운영 방법은 모르고 '감시와 통제'라는 단어를 본인이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한다. 특히 본사 공정관리 조직에서는 전 현장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권한을 가지고 싶은 것이다. 현장의 잘못을 찾아내서 상부에 보고하고 본인이 성공하고 싶은 일부 직원들의 욕심이 없어지지 않는 한 본사 공정관리 조직은 세계적인 공정관리에 다가갈 수 없다.
세계적인 공정관리에 조금 더 다가가고, 프로젝트 착수 시 원활한 공정관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문가로 구성된 본사 공정관리 조직이 필수다. 그러나 본사에 조직을 만들면 '감시와 통제'만 하려는 한국 건설인들의 성향을 바꾸지 않는한 한걸음도 세계적인 공정관리에 근접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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