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간 건설프로젝트의 공정관리를 수행하면서, 수많은 프로젝트의 공정관리에 대한 흥망성쇠를 지켜봤다. 직.간접적으로 많은 프로젝트의 사례를 보고, 듣어 본 결과 '왜 공정관리에 성공하는 프로젝트가 있고 실패하는 프로젝트가 있는 걸까?'라는 의문을 갖고 나름대로 분석을 해 봤다.
공정관리를 우습게 알고 접근하는 경우, 자신은 공정관리를 잘 할 수 있다는 막연한 자신감, 공정공사비 통합관리부터 시작하려고 하는 경우, 공정관리자를 신입사원 혹은 현채직으로 채용하는 경우, 공정관리자는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 등 실로 수 없는 망하는 이유가 있다.
그 많은 이유 중에서도 공정관리자를 신입사원 혹은 현채직으로 채용하는 경우에 망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정관리자라는 직종이 없을 때는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나름 공정관리라는 업무를 수행했었다고 자부하는데, 공정관리자를 채용하여 운영하면서 부터 공정관리에 실패했다고 말하는 프로젝트는 꽤 많다.
공정관리자가 없는 프로젝트에서는 소장부터 신입사원까지 모두가 일정계획을 수립하고, 바챠트로 공정표를 만들고, 어떻게든 공정률을 산정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연이 발생하면 시공 전문가들이 모여 고민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실행을 하면서 만회를 해왔다. 서로 책임을 미루기 보다는 스스로 한 걸음 더 움직이면서 프로젝트의 지연을 최소화했던 것이다. 이런 과정을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시공 전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나름 공정관리라는 분야도 관심을 가지고 공부를 했던 것이다.
나름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많아지고,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프로젝트에 투입인원은 줄이고, 업무를 세분화하기 시작했다. 나름 전문가 스러운 이름을 붙여주면서 시공기사, 품질기사는 없어지고, 시공 전문가나 품질관리자, 공정관리자라는 그럴싸한 명함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전문가스러운 이름을 붙여줬으므로, 업무도 전문가처럼 수행하길 요구하기 시작한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원가는 최소화하기 위해 신입사원이나 현채(현장채용직)으로 인원을 채우기 시작했다. 공정관리자. 이름은 공정관리 전문가를 의미하지만, 공정관리에 대해 전혀 모르는 신입사원 혹은 신입급의 현채직 사원이 공정관리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공정관리자는 스스로 뭘 해야할지 판단하지 못하나, 결국 공정관리를 잘 모르는 선배들의 주장에 휘둘리면서 엉터리 공정관리를 수행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실패 사례는 '공정'이라는 글짜가 들어간 모든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주간공정보고서, 월간공정보고서는 대표적으로 공정관리자가 수행하는 업무가 됐다. 업무 방법과 보고서의 형식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작업일보도 공정관리자의 몫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는 경우가 많다. 공정보고서나 작업일보는 실적을 '기록'하는 문서다. 그런 의미에서 공정관리는 '기록'이라는 의미가 되고, 프로젝트의 모든 기록은 공정관리자의 몫이 되는 경우는 너무도 많다. 또한 '기록=사진'이라는 의미도 있으므로, 사진 촬영도 공정관리자가 해야 한다는 인식은 대부분의 건설인들의 생각이다.
바챠트로 운영하는 방식에서 '공정관리자'를 채용했으니, 전문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CPM이론을 도입하고, 공정-공사비를 통합해서 운영해야 한다는 생각도 많은 건설인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프로젝트의 수준은 바챠트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공정관리자 한 명을 채용했다고 갑자기 CPM공정표를 만들고 운영할 수 있다는 건 착각이다. 더군다나 채용한 공정관리자는 공정관리라는 업무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신입인 경우가 많은 것은 공정관리를 실패할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젝트의 모든 조건은 공정관리를 실패할 조건을 갖추고 있고, 결국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공정관리를 실패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전문적인 공정관리를 수행하기 위해 도입한 공정관리와 공정관리자가 오히려 프로젝트의 공정관리를 실패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공정관리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정관리자를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의 수준을 올려야 하는 것이다. 직원들 스스로가 자신의 공정계획을 수립하고, CPM 이론을 적용할 수 있는 공정표를 만들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WBS, 가동률의 개념을 알고 있어야 하고, PERT에 대한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공정관리자가 본인들이 하기 귀찮아 하는 보고서를 작성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공정관리라는 전문 분야의 업무를 수행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신입사원급을 채용하여 공정관리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지시하는 잡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관리 전문가를 투입하여 공정관리 업무를 수행하게 해야 하는 것입니다. 공정관리 전문가는 설계, 구매, 시공, 시운전에 대한 어설픈 지식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고, 공정관리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작은 규모든 큰 규모든 프로젝트 공정관리 업무는 쉽지 않습니다. 공정관리에 성공하고 싶다면, 전문가를 투입해야 합니다. 공정관리 전문가는 프로젝트에 상주하면서 직원들과 소통하고, 직원들의 일정 계획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계획과 실적의 차이에 대해 함께 토론/토의해 나가야 합니다. 공정표를 만들어 줄 수도 있지만, 담당자 스스로가 공정표를 만들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공정관리자가 없다면 프로젝트의 공정관리는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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