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vel 1 공정표를 만들 때 엑셀 Filter 기능을 이용해서 만들 수 있나요?"
"없습니다"
이 질문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공정관리자는 이런 저런 잡일들이 많다. 작업일보도 써야 하고, 주간/월간공정보고서도 써야 한다. 시공팀에서는 자료를 잘 주지않고, 시간은 제한되어 있다.
공무팀의 과장님은 작업일보, 주간/월간공정보고서 하나 시간에 맞춰서 작성하지 못하냐고 닥달하고, 공무팀 차장님은 사진이 필요하니 빨리 찍어서 가지고 오라고 한다. 공무팀 부장님은 공정관리자가 공정표를 만들지 않으면 뭘 하냐고 질책한다. 몸이 열개라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쁘다. 작업일보와 같이 단순 취합 보고서는 하고 싶지 않지만, 공무팀 과장님은 "네가 안하면 김대리 시킬게 하지 마"라며 은근 협박을 한다. 김대리님이 작업일보를 맡게되면 김대리님의 스트레스를 내가 받게 되는 것도 두렵다. "차장님. 지난주에 찍어논 사진을 사용하시면 안되겠어요?" "응. 당연히 안되지. 오늘 보고하는데 오늘 사진이 들어가야지. 공정관리자의 기본은 기록관리야. 당연히 최신 사진을 유지하고 있어야지. 빨리 찍어와" 공무팀 부장님도 한 마디 하신다. "넌 공정관리자야. 당연히 작업일보, 주간/월간공정보고서를 기본업무야. 사진촬영도 기록관리니 당연히 너의 업무이고, 공정관리자가 공정관리 기본 업무를 하지 않으면 우리가 왜 널 뽑았겠어? 다른 현장 공정관리자들도 그 업무는 기본이야. 그걸 하면서도 Primavera와 같은 프로그램을 활용해서 비용일정 통합관리, 준공분석, 자원관리까지 한다고", "아! 그렇군요. 제가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제한된 시간에 많은 일을 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시스템이다. 엑셀의 다양한 기능을 이용해서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Level 1 공정표는 Summary 공정표니 엑셀 Filter를 이용해서 집계할 수 있을 것이다. 작업일보는 Primavera를 업데이트해서 매일 매일 실적을 Primavera에서 보고서를 출력하면 될 것이다. 난 혼자지만 엑셀과 Primavera를 잘 활용하면 이 모든 업무를 시간내 할 수 있을 것이고, 이것을 수행하면 공무팀 직원들은 내 실력을 인정해 줄 것이다. 한 번 해 보자'
이런 생각으로 시도를 하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Primavera에서 보고서를 뽑고 싶지만, 어떻게 뽑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나름 Primavera 고수들에게 질문하지만 그들은 뽑을 수 없다고 한다. 공정관리 프로그램의 기본은 공정표, 공정률, 공정보고서의 관리일 것이고, Primavera는 이 3가지 기능이 있는데 왜 작업일보/주간/월간보고서를 Primavera로 만들지 못한다고 하는 것일까? 그 사람이 실력이 없는 것 아닐까?
엑셀에는 우리가 관리하는 작업 내용이 있고, 이 내용을 Filter를 이용해서 집계하면 Level 1 공정표가 된다.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약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만든 공정표는 왜 안보려고 할까? 왜 다시 만들라고 요구할까? 엑셀 기능을 이용해서 그들이 원하는 공정표를 만들 수는 없을까? 그래서 나름 공정관리 고수들에게 질문하지만 그들은 수동으로 직접 그린다고 한다. 엑셀 기능을 이용하면 충분히 집계할 수 있는데, 그들은 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직접 수동으로 그릴까? 엑셀을 잘 못쓰는 것 아닐까?
왜 고수라는 사람들은 Primavera에서 출력해서 공정표를 만들 수도 있는데, 굳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엑셀로 직접 공정표를 만들까? Primavera에서 리포트를 출력하면 될 텐데, Primavera에서 분석된 내용을 가지고 별도의 보고서를 작성할까? 업데이트도 Import 기능을 이용하면 되는데, 왜 액티비티 하나하나에 실적을 입력할까?
공정관리를 하면 할수록, 배우면 배울 수록 이런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다.
공정관리의 핵심은 내(공정관리자)가 아니다. 직원들 스스로가 공정표를 만들고, 만들어진 공정표를 보고, 운영해야 공정관리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공정관리에서 생성되는 모든 서류들은 직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효율을 위해 나(공정관리자)만 이해할 수 있는 공정표, 보고서는 프로젝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챠트를 선호한다면 바챠트로 만들어야 하고, 글짜로 된 내용을 보고 싶어한다면 그들의 언어로 된 글짜로 공정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직원들이 공정관리에 참여하게 만들고, 함께 공정관리를 진행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다. 작업일보/주간/월간공정보고서는 아무나 할 수 있다. 힘들겠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최소화하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최대한 늘려야 하는 것이다.
스스로 잘 생각해봐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하면 일 잘한다고 인정해 줄까? 엄청 많은 일은 하지 않지만 본인에게 도움이 되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잘하는 사람을 인정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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